개성인

April 13, 2026

2023년에서 24년. 개발병으로 군복무를 하며 사회에서의 AI 발전을 건너건너 체감했을 때, 동료 병사들과 우스갯소리로 했던 말이 있다. "우리 이제 뭐해먹고 살지?" 그때 개인적으로 내렸던 결론은 "개성있는 사람이 되자."였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개성을 지닌 사람 말이다.

2026년, 충청남도 계룡에서 했던 걱정과 우려는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이 된 듯하고, 앞으로 더더욱 그럴 것으로 보인다. 결론은 같다. "개성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이유는 사뭇 다르다. AI와 공존하여 임팩트를 내기 위해, New Thing을 만들기 위해서다.

인간이 노동을 하는 데에 있어 자아실현은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다. 그렇기에 진로를 고민할 때 잘하는 것을 해야 하는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하는지는 쉬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 여기서 내가 내린 결론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이다.

어떤 것이든, 잘하는 것은 점점 쉬워지고 있다. 기획과 디자인 역량이 부족하지만 개발을 잘하는 사람도, 기획과 개발 역량이 부족하지만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도, 개발과 디자인 역량이 부족하지만 기획을 잘하는 사람도 모두 돈이 되는 제품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세상이다. AI의 발전으로 인해 어떠한 일이든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부족한 지식으로 수준급의 결과물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진입장벽은 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더 발전함에 따라 더 낮아질 것이며, 그러한 시기가 오면 "잘하는 것"으로 차별점을 가질 일은 없어질 것이다. 몇몇 outlier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세상이 왔을 때, 탁월함을 만드는 요소, 새로운 것을 만드는 역량은 "그것을 얼마나 진심으로 좋아했는지", "그렇기에 보이는 게 무엇인지"일 것이며 이는 취향과 개성으로 대변될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함으로써 찾아오는 행복감은 덤이다.

이러한 사유는 인생에 있어 큰 결정을 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내게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경험을 묻는다면 당연 25년 7월, 교내 학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했던 창업을 이야기할 것이다. 비록 외적인 성과는 시시하게 보일지라도, 내적인 배움과 성장 만큼은 결코 미미하지 않았다. 유럽 여행을 위한 오디오 가이드를 만들었고, 60명이 넘는 유료 고객을 만들었다. 훌륭한 동료들과 작고 빠르게 실행하며 문제 정의, 가설 검증, 기획, 제품 개발, 판매의 전 과정을 몸소 경험했고, 고객과 소통하며 제품을 개선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나는 창업을 그만두고 팀을 나오기로 결정했다.

팀을 떠나기로 결정한 데에 어떠한 불화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개인사업자로 사업을 이어오던 중, 큰 금액은 아니지만 좋은 기회로 팀이 투자를 받게 되었고 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투자와 법인 설립이라는 이벤트는 창업을 하는 이유와 삶에 있어 추구하는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것을 강제했다. 당시 팀은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를 리텐션, 스케일 등의 이유로 캐쉬 카우로 두고 새로운 도메인의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고자 결정한 후였다. 그렇게 정해진 도메인과 아이템에 수 년을 걸고 몰입하지는 못하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사정을 이야기한 후 팀과 작별하게 되었다.

팀을 나와야겠다는 결정을 하기까지, 그 고민의 시간과 무게는 단 몇 줄로 치환될 만한 것이 아니었다. 창업을 결심한 이유부터 커리어 설계, 인간이 노동을 하는 이유까지 이어진 고찰과 성찰은 짧지 않은 삶을 살며 마주했던 것 중 가장 무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내린 가볍고 짧은 결론은 "좋아하는 것을 하자." 였다.

좋아하는 것이 명확하게 있어 내린 결론은 아니었다. 좋아하는 것이 진정 좋아하는 것일지는, 찍어먹어봐야 안다. 좋아한다고, 재밌겠다고 생각한 것도 막상 해보면 아닐 수도 있다.

내 취향을 아는 것은 곧 나를 아는 것이기에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탁월함을 위해, 세상에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개성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나를 고찰하고 돌보는 일은 그 무엇보다 값진 일일 것이다.